회고

2023 회고

2023은 나에게 어려운 한해였다.

인간의 빅데이터는 잘 틀리지 않는다. 보통 그것을 우리는 본능이라 한다.
나의 본능은 2022년부터 위험신호를 보냈다.

나는 인지했지만 충분히 내 능력이라면 이겨낼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건 내가 잘못 생각한것이었다. 일과 사람은 뗄수없으며, 사람의 문제는 조직의 문제로 발전하고, 건강할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 최선은 나의 마음을 갈아넣는 것이었고, 내 마음 또한 한계가 오는 시점들이 있었다. 이 시점들을 지나고 보니 그게 나는 슬럼프인걸 알았다. 사람은 변하지 않고, 나는 타인을 변하게 할수 없음을 안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조직이 변하지 않고, 나는 조직을 변화시킬수 없음을 슬럼프가 다가 왔을때 느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올해 정말 많은 일을 했다.

먼저 회사에서 멀티미디어를 서빙할때 Multi DRM을 사용하는데, 이 Multi DRM의 아키텍처를 내가 설계했다.

E-book 이라는 컨텐츠또한 DRM을 사용하는데 이 DRM을 고도화 하는 작업에서 누구도 납품받은 솔루션을 재대로 다룰수 없는 상태라 이 DRM을 설계하고 프로토 타입을 내가 만들었다. 이 기사 에서 말하는 DRM이 내가 만든거다.
그 다음으로 회사의 인프라는 많은 변화를 겪고있는데, DX를 통하여 서버기반의 인프라를 컨테이너 기반으로 이동중이다. 새로이 만들고 있는 플랫폼은 Gitops / Terraform / EKS 등등 맛있는 건 다들어가있고, 반년이상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결과물이 슬슬 나오고 있다.

또 팀의 리더로서 나의 동료들을 지키고 성장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고민을 했다.

2022년은 같이 일하는 동료를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었고, 2023년은 나의 동료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수있도록 만드는 과정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내 동료들은 정말 많은 성장을 했다.

우리의 형 T. 나는 많은 DBA를 본건아니지만 이토록 방대한 범위를 꼼꼼하게 설계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차근차근 항상 꾸준하게 퍼포먼스를 뽑는다. 체계를 만들고 그 체계를 잘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시너지가 어마어마 하다. 창의적으로 일하고 업무에 미학이 있다. 아름다운 데이터베이스 아키텍처를 설계한다.

동료인 S. 는 이제 시니어에 이르러서 막강한 퍼포먼스를 뽑아주기 시작했다. 나와는 결이 좀 다른데, 나는 레거시는 뜯어서 없애버리자는 주의인데, 이 동료는 레거시가 분포되어있는 영역을 파악하고 하나로 모아서 고도화 하는 작업을 스스로 시작했다. 또한 누구나 기피하는 운영의 영역에서 단한번도 싫은 내색없이 묵묵히 운영업무를 감내했다. 우리 팀의 최고의 인싸이자 로멘티스트로 정말 멋진 사람이다.

우리의 행동대장 칼잡이 D. 막내인데도 이미 두세사람 몫은 반드시한다. 협업능력 / 판단능력 다 좋다. 업무를 깔끔히 정리하고 이해안되면 죽어라 공부해온다. 그냥 적당히 설명만 하면 납득하거나 납득 안되는 부분은 물어온다. 나로서는 한가지 방식의 지시만 하면된다. 내가 생각하는 목적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것.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거나 내가 예측하는 그림을 보여주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한점이 있어서 거의 대부분을 해결했다.

팀 전체로 우리는 올해 같은 목적을 가지고 뛰었고, 같이 분노하고 기뻐했다.
우리가 얻은 가장 큰것은 결속이 아닌가 싶다.

나는 여러번 리더로서 일했지만 성장하는 법을 이제야 배우고 있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이 과정에서 성장도 경험했지만, 나 스스로 무언가 억눌리고 심리적인 불안감이 있었다. 그건 슬럼프였고, 어느 순간 갑자기 슬럼프가 사라졌다. 그 결과 나는 다시한번 나의 한계를 부술수있는 강한 고양감을 느끼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에서서 각성이 된다는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다른사람들이 마무리와 시작을 준비할때 나는 막 달리고 있는 순간이다. 이 감을 잃지않고 달려보려 한다.

모두 고맙다.

2022 회고

2022년은 나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던 해이다.

나는 네이버클라우드 솔루션아키텍트에서 밀리의서재 인프라스트럭처 엔지니어로 이직했다.

그사이에 책도 출간했다. 차도 샀다. 이직 후에 ISMS인증 심사도 받았다.

네이버클라우드에서는 나는 주로 설계를하고 내부적문제를 분석하고 에스컬레이션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CSAP 인증관련 프로젝트를 하며, 기약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성장에 목이 말랐고, 뭘해야할지 모르는 안타까운 날들이었다. 회사의 성장은 느껴지는데, 나의 성장은 멈춰있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나에게 있었다.

일상에서의 자극들이 아이디어와 성장으로 이루어지는 나의 방식이 알맞지 않았다. 또 기술적 성장을 더욱 하고싶었다.

그래서 이직을 선택했다.
다양한 회사를 알아봤고, 그러다 밀리의서재로 오게되었다.

이력서를 제출전에 본부장인 리나와 커피챗을 했다.

밀리의 사용 스택과 필요한 부분등 여러가지가 나와 핏이 잘맞았다. 흔히 말하는 저스트핏. 바로 이력서를 작성했고 면접을 봤다. 1차면접부터 2차면접 합격까지 10일의 시간이 걸렸고, 바로 입사를 결정했다.

이렇게 빠른 결정이 가능했던건 정말 나와 밀리가 핏이 너무 잘맞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프라팀을 정돈해가며 스크럼에 적응하고, 내 서비스를 가지게 된 나는 서비스와 친해지기 위해 많은 정성을 쏟았다.

또 리더로서 다시 일하게 되어 더욱 동료의 생각에 공감하려 노력했고, 내가하는 일이 동료가 공감할수 있도록 노력했다.

기계처럼 일만하는게 아니라 동료의 신뢰를 얻고 싶었고, 내가 엔지니어로 같은 회사에 있을 때 느껴지는 든든함을 동료들이 가지길 원했다.

새로운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고 분석 플랫폼을 만들어서 이슈의 원인과 분석을 하는 속도를 높여갔다.

그 결과 동료들과의 유대는 깊어졌고, 나는 자리잡았다.

좋은 동료와 같이 일하는 즐거움을 13년차가 되어서야 배운다.

2022년은 항상 새롭고 즐거웠다.

2023년 또한 새롭고 즐겁도록 만들것이다.